비빔빕과 라면.
우리 외국인 남편은 한국인 와이프를 두어서 그런지, 한국인 동료들과 친하게 지낸다. 보통 회사에서 식사는 도시락을 싸가서... 회사 부엌에서~~ 그 한국인 동료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디~ 그 중 한명은 와이프가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더 가까이 지낸다.
오늘한국인 동료중 한명이 김밥을 나와서.. 몇개 나눠 주어서 맛 보아 먹었단다. 그 동료의 와이프의 어머님 (장모님) 께서... 와이프 산후조리 도와줄겸 3개월 지낼 요량으로 한국에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셨다며 - 한국 음식 대화를 했단다.
그 동료 와이프는 평소에 두어가지 남은 잔반에 고추장을 넣어 비빔밥을 해줬는데 -역시나 장모님은 7가지가 넘는 재료로 오색빛갈 비빔밥을 해주시고, 라면 하나를 해도 해물이 들어간 라면을 끓여주시고, 한국에는 사위사랑은 장모님이라며 - 집밥으로 몸소 체험중이라는 동료의 이야기. 그리고 그 동료는 그 집밥에 너무 감사해서, 장모님 모시고 비싼돈 들여서 좋은 여행으로 보답 하려한다는 이야기..
그렇게
남편은 점심시간에 한...그냥 흘려들었을법한...시시콜콜한 대화 였는데,
난 가슴 한켠에 저려왔다. 사실 시렸다...많이. 우리 신랑은 장모님이 계시지 않다. 우리엄만 내가 학업을 마치기도 전에 병치레를 몇년씩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이튿날 저녁,
있는솜씨 없는솜씨 뽐내며,
"자기야 얻어만 먹으면 안되지~ 자기도 이거 가져가서 나눠먹어".... 하며 - 부푼배를 이끌고 ... 전날 장을 봐서 김밥을 싸서 보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엔... 김밥 재료덕에 야채가 많아서... 8가지 재료 넣은 비빔밥. 그리고 내친김에 등뼈 갈비찜까지 했다.
정말 힘들었다. 배는 불어오는데, 그 더운 여름에... 난 운전도 못해서, 15분 거리 걸어서 마트가서 장봐와서... 음식 준비하고. 하나만들고 쉬고. 하나 만들고 쉬고... 정말 반나절 걸려서 한 듯... 서서하니까 다리도 붓고, 나중엔 손도 부었다. 그래도 예쁘게 만들고 나니 기분은 좋아졌고 ㅎㅎㅎ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렸던거 같다. 남편은 밥상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떳다.
"사진 찍어 자기야~ 이거 먹었다고 자기도 말해"
아무말 없었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
그리고 그주 주말엔.. 평소이 비싸서 사본적도 없는 게를 사서 라면을 끓여줬다. ( 아 진짜 무슨 꽃게 몇마리에 30불이 넘어? 어휴 진짜. 손떨리는 가격)
그리고 또 남편은 아무말 없이 라면을 다 해치웠다.
솔직히 서운했다. 임신한 와이프가 힘들게 만들었는데. 아무리 무뚝뚝한 공대 남자라지만... 칭찬좀 해주지.
그래도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만 해도... 맛있다는 뜻이니까 하며 내 스스로를 위로 했던거 같다.
그렇게
뭔가 숙제하듯이 그 한주는 요리준비, 저녁 준비 를 하다가 다 간거 같다.
그리고 여느때 처럼 나는 남편에게 "오늘은 그 동료가 뭐래? 장모님이 뭐해주셨데?" 라고 물었는데 더이상 대답을 하지 않는다. 두번이나 더 물었는데 별 말 없었단다.
뭐가 화났나. 지난주 내내 차려줘도 코멘트 하나 없는것도 마음 걸렸다. 시간이 지나니깐 솔직히 화도 좀 났다.
"자기야 근데 왜 너는 내가 지난주내내 요리 그렇게 차렸는데 아무 코멘트도 안했어? 맘에 안들었어? 사실 맛이 없었어?"
그리고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내 손을 꼬옥 잡고 남편이 말했다.
지난주에 동료 장모님 자랑 해서 미안하다고. 그냥 점심시간에 하는 별 시답지 않은 대화 였는데 네가 그렇게 반응 할지 몰랐다고... 내가 차린 음식 보는데 - 바로 알았다고...
내가 했던 말들이... 혹시나 "그런 밥상 차려줄 장모님이 계시지 않다. 나도 장모님이 차려 주신 집밥 먹어보고 싶다"...는 말이되어 너에게 상처를 준거 같다고. 안그래도 가득이나 임신해서 엄마가 더 간절할텐데 미안하다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자기야 내가 하는 우리집 집밥 음식 하나하나 우리엄마 손맛이야. 내동생이 먹으면 우리 엄마가 한거 같다고 깜짝놀래!!
자기는 럭키하게도 매일 장모님이 해준 집밥 먹는거야. 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한가지 덧 붙였다. 그 장모님손맛에게 감사... 보답 을 해야되지 않겠냐고.
나 산후도우미 불러줘...ㅠ ㅠ ( 남편이 회사에 한달 휴가를 받고, 산후조리를 하기로 했었는데...첫 애이기도 하고 ㅠ ㅠ - 남편과 나와 단 둘이 좌충우돌 갓 낳은 아기와 고생 할 생각에 까마득...).
산후조리는 전세계에도 없는 이상한 문화라며!!!!!! ㅡ ㅡ 한달이 몇천불씩 드는....한국의 산후조리 문화를 이해 못했던 남편이!!!
아무리 다퉈도 산후조리를 이해 못했던 드디어!!! 내 집밥으로 ~~~ 그 몇천불씩 드는...
그 비싼 산후도우미 고용을 허락한 나에겐 어메이징한 순간 이었다. ㅎㅎ
엄마 -
엄마의 맛깔난 음식을 먹을 순 없지만 -
기가막히게 엄마맛 내는 -
금손으로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
울 아들 많이 컸는데...많이 보고 싶어요 -
엄마 우리 키울때 -
어떤 마음 이었는지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어요 -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평온 하세요 -
사랑해요 -
#집밥 #공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