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공모전
필리핀에서 재혼해서 삽니다.
전부인은 한국인이었고, 냉동 곰국 녹여서 1주일, 미역국 계란국 2~3일, 그 외는 집밖에서 사먹고 살았죠. 다들 그러는줄 알았습니다.
필리핀 여자와 재혼후, 필리핀 아내가 유튜브로 배워서 한국음식을 매일 하나씩 해주더군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는데,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세월만큼 못하는 한국요리가 없네요. 김치도 만들어서 팔았었고, 족발도 만들고, 해물탕, 삼계탕... 매 시도때 마다 한국음식을 한번에 다 성공 시키더군요. 지금은 생활이 되었고, 아이들과 한국 부모님께 들려서 2주 동안 지냈었는데, 어머니는 바로 부엌을 며느리에게 넘겨버리시더군요. 젠장, 우리 엄마보다 요리를 더 잘해서, 아버지께서 며느리 밥만 드시겠다고 강력히 주장하시는 바람에... 한국요리를 잘 할 수 있었던 생물학적 이유도 있습니다.
아내한테서 한국인 피가 25프로 섞여 있다는것도 알게 됬죠. 2차 대전때, 남겨진, 아니 패전 후, 일본군의 조선 출신 일본군을 학살할때, 구사일생 탈출한 조선인 차출병의 후손이라는걸요.
어릴적에 외 증조부모님들이 김치, 된장, 막걸리, 쌈밥 등을 해 드시는걸 보고 자라서 익숙 하다고 하네요. 큰이모는 "예끼, 안돼, 어부바, 에이씨, 막걸리"... 등 그게 일본어인줄 기억하시더군요. 일본군 후손인줄만 알고 살았던 가족들은 지금 한국인 후손인걸 무척 자랑스러워합니다. 우연인지 아내의 4촌들 중 5명이 한국에서 필리핀 노동자로 일 했거나,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들, 직역 유지가 됬구요. 월 200만원 넘게 벌었으니... 필리핀 월급의 10배!
벌써, 둘 사이에 아이가 셋입니다. 셋다 그냥 한국애들처럼 생겼구요. 우리가족이 한국으로 귀향하는 날, 80년만에 그 DNA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때는 그분들의 영혼도 저희를 따라서 집밥 드시러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러니한 역사의 수레 바퀴속에 그분들 모시고 한국으로 집밥 먹으러 1~2년 내로 돌아갑니다.
위 사진들은 아내가 만든 음식들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