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학교에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캠퍼스에서 돌아오는 길. 도서관을 나서면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버스 정류장에 혼자 남아 버스를 기다린다.
오른손에는 오늘 3번째 팀 홀튼 블랙 커피. 왼손 주머니에는 담배와 라이터. 담배를 왜 피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핸드폰과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켠다. 폴더에 있는거는 아무것이나 괜찮다. 그냥 아무거나. 고요함을 계속 멀리할 수만 있으면 된다.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이니까 그냥 버티면 된다. 턱걸이라도 괜찮다. 자존심, 양심, 체면은 버린지 오래다. 난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버스에 앉아 가방을 끌어안고 벽에 기대어 몇 정거장 가면 이제 내려야된다. 그냥 여기 앉아서 버스 가는대로 그냥 쭉 가면 참 편할텐데. 내려야지 아니면 개고생해서 돌아와야된다. 다시 또 몸을 일으킨다. 다시 집에 들어가는 길.
깜깜한 밤에 아늑한 전봇대 길. 차가운 차 소리. 고요함 속에 모두 깨어있는 밤.
이 고요함이 정말 힘들다. 말을 하고 싶은데 말문이 막힌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 있다면 잠시나마 들어가있고 싶은데 시간이 계속 흐른다. 울어 버리면 조금 더 나아질까. 울어 버리기에도 이젠 너무 지쳐버린거 같다.
밥솥에 밥을 얹고 밥을 돌린다. 30분동안 냉동고에서 치킨을 꺼내 후라이팬에 올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스는 간장 뿐. 그래도 밥에 간장을 뿌리고 치킨에 소금 후추간을 하고 꾸역꾸역 퍼먹고있으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냉동고에 아직도 엄마가 채워놓고간 제육볶음 이랑 닭 가슴살이 많이 남아있다. 내 방에는 아빠가 다 정리해주시고간 책상, 전선, 코드, 프린터, 침대, 책꽂이. 그 속에서 이러고있는 나를 보기가 너무 힘들어 고개를 돌린다.
그냥 마지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