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의 최고봉 ‘배만들기’
수십년전 대학생때 처음 만든 모형범선 ‘커티샥’
그 이후로 나무로 만든, 큰 돛이 달린,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은
저의 드림이자, 옛말로 ‘로망’이 되었죠.
하지만,다 그렇듯이 결혼,직장생활,자영업…불황…
이 과정을 통해서 제 꿈은 땅속 깊숙히 묻고,콘크리트로 봉인했습니다.
한때는 배를 건조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아내와 찾아보기도 했었지만,
쓸데없는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어릴적 순수했던 꿈의 흔적이 쉽게 사라지겠습니까.
저의 공간에는 항상 배의 그림과 사진, 서가에는 자료서적,
생활공간에는 모형이…심지어 뒷마당의 화단의 형태도 배를 닮게
만들고 있는 나자신을 보았습니다.
정보화의 물결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
몇번의 클릭과 리모콘이면 최고의 모든 것들 쉽게 볼수 있고,
눈만가리면 가상현실속에서 하늘을 날수도 있는,
돈으로 못사는 것이 없다고 믿는 세상사람들 속에서 저는,
마치 잔돈으로산 복권의 마지막 숫자를 긁어보고,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는 노인처럼.
묻었던 꿈을 다시한번 기억하려 애써봅니다.
‘아빠는 왜 그렇게 요트를 좋아하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인간이 만들고 하느님이 보낸 바람으로 세상을 떠도는
항해와도 같은 인생을 담는 유일한 ‘물건’이라는 저의 옹색한 대답을
아들도 언젠가는 이해하겠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글을 쓰는 지금, 제 등뒤에는 이십년전 만들다 멈춰진
나무 범선모형이 유리장속에 화석처럼 놓여 있습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배가 대학1학년때 만든 영국상선 커티샥입니다. 중간에 최근에 구입한 미개봉 나무배키트가 있습니다. 맨오른쪽은 아이패드거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