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만드는 것 관련해서 글을 자주 올리다보니 비디오를 찍고 편집하는걸 시작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번에는 카메라를 처음에 어떻게 다루기 시작했고 어떻게 배워오고 있는지에 대해서 글을 올렸었습니다. 이번에는 편집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교육용 자료가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담일 뿐이니 재미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을 제가 어떻게 배웠었는지 돌아보려고 대학교 졸업 전후로 옛날에 만든 것들을 좀 뒤져보았는데,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소리를 질렀더니 와이프가 애들 잔다고 조용히 하랍니다. 와이프가 왔다 간 이후에도 몇개 더 보았는데 진짜 한 10초도 못보고 다 끈 것 같습니다. 마치 옛날에 싸이월드에 올린 글을 다시 보는 그런 느낌.... 이 시절 만든 것들은 테이프나 디비디에 담겨 있는게 많아서 굳이 다 발굴하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옛날에 편집한것들 보고 멘붕오는 영상
2005년도 즈음에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편집도 같이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편집을 했다기 보다는 시도를 했다고 해야할까요. 편집도 운좋게도 당시 다니던 미대에 딸린 컴퓨터실에 아이맥이랑 심지어 맥프로 그리고 편집 프로그램이랑 테이프 덱 같은 것들이 다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마감 전일 때에는 경비 아저씨 눈초리를 피해 거의 그 컴퓨터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구글이랑 유튜브가 그렇게 활성화가 되어 있을 때가 아닌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당시 뭘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선배님들 중에 영상미술을 전공하시는 분이 있어서 프로그램을 잘 몰라서 뭐가 막힐 때마다 물어보곤 했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편집 시작하고 첫 해의 대부분은 아이무비를 썼던 것 같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아주 단순하고 초심자도 메뉴나 옵션들 하나씩 스스로 찾아가면서 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때에 간단한 영상물들 만들어 보면서 연습을 했었는데, 간단한 그래픽도 만들어 보고 게라지밴드에서 음악도 만들어서 넣어보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타임라인이라는 개념을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만드는 영상물들이 점점 변하고 복잡해지면서 아이무비에서 좀 더 제대로 된 편집 프로그램으로 옮길 때가 되었는데, 학교 컴퓨터에 파이널컷도 같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갈아탔습니다. 스무스하게 옮겨갔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처음에는 인터페이스도 많이 다르고 훨씬 복잡해보이는 화면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게 사실입니다. 몇달동안 꾸준히 쓰다보니 기본 개념과 원리는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때의 파이널 컷은 수많은 버그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보다 한수 위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프리미어 인터페이스가 세련되지 않아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졸업하기 전에는 애플 제품과 애플 소프트를 마음 껏 이용할 수 있었기에 파이널컷으로 주로 편집했지만 졸업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맥을 사려고 가격을 보니 욕이 나올 지경이라..... 오랫동안 정들었던 파이널 컷을 뒤로하고 과감히 피씨로, 그리고 프리미어 프로로 옮겼습니다. 이 때부터 저는 '피씨빠, 애플까' 가 되었습니다. 아이뻐의 노예인 와이프와 이걸로 항상 투닥댑니다.
프리미어로 옮긴지 몇년 되지 않아서 정말 고맙게도 프리미어가 초대박을 터뜨립니다. CUDA 코어로 하드웨어 가속 렌더링. 당시에만 해도 CPU만 써서 하는 렌더링이 주여서 렌더링이나 실시간 프리뷰 속도가 느렸었는데, 하드웨어 가속이라는 기술이 생기면서 이 부분이 크게 개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때만 하더라도 다른 프레임레이트와 포맷의 영상물을 한 타임라인에 넣고 편집 할 수 가 없었는데, 프리미어가 이걸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것들 때문에 당시 프리미어 유저들이 급속도로 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이야 별거 아닌 일반적인 기술이 되었지만, 당시 어도비 시연식에 갔을 때에 청중에 있던 편집자들이 탄성을 터뜨린던 것을 아직 기억합니다.
제 프로경력 대부분 프리미어를 주력 편집 툴로 사용했습니다. 그만큼 편집자로써 능력을 키우기에 좋은 플랫폼이었습니다. 제게는 프리미어 레이아웃이 상당히 직관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직관적이지만 편집 프로그램에서 바랄 수 있는 기능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색보정과 오디오 플러그인들도 자체내장으로 들어있습니다.
프리미어를 오랫동안 쓴 만큼 프리미어에 대한 제 의견도 여러번의 변화가 있었는데. 정말 좋아하다가도 싫게 만들고, 진짜 극혐일 때도 있고, 사랑스러울 때도 있고 그랬었습니다. 버그도 많고, 에러도 많이 나고 무엇보다 정말정말 뻑이 많이 날 때가 있었습니다. 프리미어 쓰시는 분이라면 잘 아시는 메세지일 것 같습니다.
파컷도 그렇고 프리미어도 그렇고 다 저의 인내심을 키워 사람만들어 주시려는 애플과 어도비의 큰그림인 것 같습니다.
한 6년전부터 제대로 된 색보정이 필요한 프로젝트들은 다빈치 리졸브를 사용하기 시작했었는데, 이때쯤 블랙매직이 리졸브에 아예 자체 편집 화면도 추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예 리졸브로 갈아 탈까 고민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프리미어를 워낙 오래 써오다 보니 그쪽이 익숙해서 손이 더 빠른 느낌이라 아직까지 색보정 툴로만 사용중입니다. 리졸브의 장점은 무료버젼에 굵직한 기능들은 다 들어 있고 버튼 프리셋이 있어서 단축키들을 파컷이나 프리미어의 것과 같이 설정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편집을 배우는게 컴퓨터를 배우는 것과 같은 맥락의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편집을 배우고 싶으신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컴퓨터 사용의 기본적인 것들을 익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구글링으로 문제해결을 잘 하시는 분이라면 크게 무리없이 편집을 배우실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가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기 전에 포토샵을 배우는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 어머니가 보낸 컴퓨터 학원에서 처음 포토샵을 접해 보았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포토샵은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강력한 툴이지만 포토샵의 기본적인 기능만 알고 있어도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에 많이 도움이 될겁니다. 편집을 하려면 어차피 배워야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어떤 편집 프로그램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애플 vs 피씨 토론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