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십년만에 하는 업그레이드로 가성비 PC 조립해서 좀 썼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 3D 게임 엔진 돌려야 할일도 생각보다 많이 생기고 전송률 높은 풋티지도 점점 자주 다루게 되는 바람에 스펙업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하는 수 없이 사정을 와이프에게 설명(?) 구걸(?) 해서 부품들을 새로 주문했습니다. 몇가지는 정말 한참 기다려서 겨우 받았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5950x는 정말 오래걸렸습니다. 조립 할 부품이 다른건 다 있는데 CPU만 없는 기분 아십니까.
어쨌든 기다린 끝에 CPU 받아들고 기쁜마음에 조립하는 걸 타임랩스로 찍었습니다. 중간에 매뉴얼을 읽는다던가, 헤매면서 방황하는 모습들을 빨리 돌려서 뭔가 바쁘게 일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고마운 타임랩스입니다.
남들 다 하는 박스샷 한번 해보겠다고 책상에 쌓아 보았습니다.... 영 간지가 안나네요. 이것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 건가봐요. 주섬주섬 올렸다가 다시 주섬주섬 내렸습니다.
혼자서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가면서 촬영을 하기가 너무 힘들고 오래 걸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김벌에 Raveneye라는 무선전송 장치 달아서 핸드폰으로 김벌조종이랑 모니터링을 같이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망할 DJI 앱이 말썽이라 원하는대로 작동 시키는데까지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거의 반나절을 포럼 뒤지고 시험해보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일어나서 왔다갔다하면서 했으면 그 시간에 조립 다했을 거라구요? 아하하핳... ㅠㅠ
어쨌든 김벌 셋업 다 하고 드디어 CPU 마더보드에 안착시킵니다. 역시 이부분이 제일 떨립니다. CPU 핀 안전을 사수하는데에 온신경을 집중해서 끼워넣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AMD의 차세대 소켓은 LGA 방식으로 CPU에 핀이 더이상 안달려 있을거라는 정보가 나온 모양이네요. 진작에 좀 하지 ㅠ
아주 살짝 국뽕이... 사용한 마더보드가 ASUS ROG Strix X570-F 였는데. M.2 SSD 넣으려니 남쪽 브릿지 플라스틱을 다 빼고 나서 해야되더군요. 모르고 SSD 히트싱크만 먼저 빼려다가 부서뜨릴 뻔 했습니다 ㄷㄷㄷ
램 장착하고 써멀구리스 바릅니다. 써멀 구리스 바르는 양이나 방식에 대한 의견이 정말 많이들 갈리더군요. 저는 유튜브에 누가 써멀 구리스가 눌렀을 때 어떻게 펴지는지 아크릴판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올렸길래 그걸보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X 방식으로 발랐습니다. 물론 다시 다르게 발라서 시험해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CPU 쿨러 잘 고정하고 케이스에 마더보드 안착시키고 나니 갑자기 살짝 멘붕이 옵니다. 라디에이터를 위로? 옆으로? 케이스팬도 샀는데 그건 어느 방향으로? 선택지가 많으면 항상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저 갈곳잃은 손보이시나요, 멍 때리는 얼굴은 너무 바보 같아서 잘랐습니다.
결국에 이렇게 세팅했습니다. 라디에이터는 위로, 케이스 팬 140mm 두개는 아래에서 흡기로, 120mm 세개는 옆에서 배기로. 일단은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번에 조립할 때에 파워서플라이 케이블이 전면에 보이는게 싫어서 슬리브 케이블도 사서 끼웠습니다. 싼거를 사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빗? 같은걸 일일히 다 맞춰 끼워야 하고 뭔가 정리가 깔끔하게 한번에 잘되는 느낌이 아니네요. 그래도 원래 파워서플라이에 원래 딸려오는 것보다는 훨씬 깔끔합니다.
대망의 그래픽카드 설치입니다. 살면서 피씨 부품을 많이 다뤄본건 아니지만 이렇게 무거운 그래픽카드는 처음 봅니다. 괜히 서포트 부품을 넣어주는게 아니네요.
역시 팬이랑 라디에이터 세팅 괜찮지 않았습니다. 라디에이터 배관이 꼬인게 영 아니라서 돌려서 다시 달았습니다. 팬도 떼서 다시 달아야하네요... 역시 무식하면 고생....... 나중에 조립을 다 한다음에 생각을 다시 해보니 아래 흡기가 그래픽카드에 다 막혀서 팬 방향 세팅 전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ㅠ CPU 자동 오버클럭(PBO) 켜놔서 그런진 몰라도 한참 작업량이 많아질때면 85~90도는 그냥 찍네요.
이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의 영역인 RGB 설치입니다. 팬을 녹투아로 설치하고 싶어서 RGB는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CPU 쿨러 동그라미 때문에 해보고 싶은 RGB 세팅이 생기더군요. RGB 스트립을 사서 케이스 안쪽으로 부품 은은하게 비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하게 볼게 아니었던게 배선이랑 스트립이 꺾어지는 각도랑 생각을 하고 설치를 해야되더라구요. 결국에는 케이스 바깥쪽으로 해서 꾸역꾸역 집어넣었습니다. 뭐 아직까지는 안떨어지고 잘 붙어있네요.
RGB가 극혐인 이유는 불빛보다는 배선인 것 같습니다. 배선이 진짜 고딩 때 이해 안안가는 물리 문제 푸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워서플라이 넣고 다 맞춰 끼우니 케이블 정리고 뭐고 그냥 다 때려박고 꾸역꾸역 케이스만 어떻게 겨우 닫았습니다. CPU 끼워넣는것보다 더 진땀나는 케이스 뒷판설치. 처음에 닫을 때에는 나중에 아주 여러번 다시 열고 닫기를 반복하게 될줄 몰랐습니다.
이제 드디어 전원을 켜볼 차례입니다. 이미 마더보드에 불 들어온거 보이십니까? 아주 확신에 차서 전원버튼을 자신있게 눌렀습니다........ 만 안켜집니다? 읭?? 미쳤??? 왜 안켜지니..... 뭐가 또 잘못됐니?????
네 잘못된 건 접니다. 어떻게 조립을 할 때마다 똑같은 실수를 똑같이 하는지. 전원버튼 케이블을 또 다른데다가 꽃아놓으니까 안켜지지요. 진짜 레알 다음에도 같은 실수 할 것 같습니다. 안하고 그냥 넘어가면 섭섭할 것 같습니다. 다시 제대로 연결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감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 제발 켜져라 하고 기도했습니다. 종교는 없지만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켜졌습니다! 소리지르고 기뻐하기에는 이미 새벽이라 혼자 삼켰지만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와이프가 극혐하는 기본 설정으로 들어오는 무지개 RGB도 영롱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면, 옆면 유리판 설치하고 의기양양하게 보호필름 제거했습니다.
바이오스에서 램 클럭 설정하고, 윈도우 설치하고 필요 프로그램들 쫙쫙 깔았습니다. 아주 쾌적한 속도를 만끽했습니다. 이제 무지개 RGB만 좀 다른 색으로 바꾸면 되는데....... 되는데........ 왜 안돼니..... 왜 안바뀌니.....왜 영원히 무지개니.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미리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제 잘못이네요. 알고보니 RGB 부품들이랑 소프트웨어가 원래 서로 호환성이 개판이랍니다. 저는 제 마더보드 제조사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쓰면 당연히 될줄 알았더니 안됩니다. 무슨 짓을 해도 무슨 소프트웨어를 깔아도 케이스에 설치한 RGB 스트립을 컨트롤 할 수 가 없습니다. 컨트롤은 커녕 감지도 못합니다. 혹시나 RGB/팬 허브가 문제인가 싶어서 RGB 케이블만 거기서 빼서 마더보드에 직접 꽃아보았지만 무소용입니다. 그리고 도대체 왜 까는 소프트마다 램에 달린 RGB 밖에 감지를 못하는지, 분명 CPU 쿨러, 마더보드, 그래픽 카드에까지 RGB가 달려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케이스 뒷판 정말 여러번 깠다 닫았다 반복했습니다.
실사용에서는 1도 쓸데없는 RGB 기능인데 이걸 내가 이렇게까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인가 싶어 현타가 쎄게 왔지만, 이미 부품까지 산 마당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일단 RGB 스트립을 제외한 내부 부품들의 RGB는 OpenRGB라는 소프트웨어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OpenRGB는 기존의 RGB 소프트웨어에 신물이난 유저들이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입니다. 기존에 깔린 다른 RGB 소프트웨어들을 제대로 제거해줘야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가끔씩 램이 떴다 안 떴다 하는게 불만이지만 다른 것들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OpenRGB로 다른 부품들은 해결했지만 아직도 케이스에 설치한 RGB 스트립은 조절 할 수 가 없습니다. OpenRGB에 뜨면 참 좋겠는데 정말 난감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산 Phantek Neon Digital RGB 이라는 제품이 뭔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놓고 제품 설명란에 마치 호환이 되는 것처럼 Asus Aura Sync 같은 소프트웨어 로고들을 잔뜩 띄워놨습니다. 열받지만 모르고 산 제 잘못이니 마지막 선택지로 RGB 스트립만 배선을 바꾸어서 케이스 RGB 버튼에다가 연결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케이스 버튼으로는 조절이 됩니다. RGB 버튼이 달린 케이스인게 정말 다행이었네요. 케이스도 Phantek 이고 RGB 스트립도 Phantek 인데 뭔가 우연같지는 않습니다.
어쨋든 처음에 생각했던 RGB 세팅을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CPU 쿨러 부터 적/청으로 설정합니다. CPU 쿨러는 자체 소프트웨어인 NZXT CAM 이라는 것으로 조절했습니다. 나머지는 OpenRGB 그리고 케이스 버튼으로 흰색으로 바꾸었습니다. 오래 걸렸지만 태극 RGB 세팅 완료했습니다.
조립 타임랩스 태극 RGB 세팅 완성 영상
언리얼엔진 5의 얼리액세스 버젼이 공개되었는데 데모영상을 보니 가슴이 두근댑니다. 이 컴퓨터로 열심히 학습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