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멋모르고 혼자 잘난 줄 시건방 떨고 공부는 손놓고 고등학교 시절 예술 철학 이런 데 빠져 허우적 대느라 대학은 생각 해본 적도 없는 그렇고 그런 데 들어가서 자포자기 하듯 대학생활을 보냈어요.
데모하고 딴짓 하느라 학고 맞고 도저히 못다니게 되서 준비도 없이 수능보고 더 낮은 학교로 쫓기다시피 내려갔는데 거기서 재미를 붙이기는 더더욱 힘들어서 매일이 방황이었죠.
안 그래도 늦었는데 휴학도 계속하고 너무나 절망적이었어요.
하늘을 찌르던 건방짐이 자존심 바닥이 되는 건 시간 문제였고 졸업 후엔 대체 뭘해야 하나 조그만 학원 강사 면접 보러 다니고 과외 전단지 붙이면서 스스로 비참한 생각에 할수 있는 건 오직 좋아하지도 않는 술 마시고 매일을 죽어버리자는 심정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달아나는 것 밖에는 없었어요.
아주 어릴적 당연시 생각하던 유학이나 가야겠다 서른 즈음에야 기억이 떠올랐죠.
역시 준비도 없이 보는 토플 지알이 등 3년을 허비한 것 같아요.
생활은 고되었고 허영으로 똘똘 뭉친 자아는 이미 너덜너덜해진지 오래고 그나마 꾸준했던 건 나약한 마음에 들이키며 늘려간 주량과 끊임없는 현실도피 정도.
서른을 훌쩍 넘겨 두어 곳에서 겨우 합격을 받았어요.
그따위 성적으로도 받아주는 곳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지만 모르는 남이 보기엔 4년제 졸업이라 번듯해 보였을지 몰라도 알고 보면 3점도 안되는 학점에 전공은 씨 학점도 안되어서 자포자기 절반, 이거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망어린 절박함 절반으로 몇 년을 버텨내느라 몸도 마음도 말이 아니게 상해 있었죠.
그렇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알콜중독처럼 20대를 온전히 흘러보낸 이후 처음으로 제가 원하던 것을 현실에서도 보게 되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울퉁불퉁하고 졸업 이후도 정말 순탄치는 않았지만 40이 넘어 돌이켜 보니 그나마 그때 미친듯이 몰아쳐서 그곳을 그 생활을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세상에 없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절망 속에 사는 누군가에게 그 시간들은 마치 영원히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걸 벗어나는 과정 중에도 내가 지금 벗어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어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어느새 많은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니 내가 이만치 왔구나 하고 이제야 실감이 들어요.
벗어나는 과정도 순탄한 상승 곡선이 아니었다 보니 이걸 알아차리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린 거 같아요.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아래 어떤 분이 지나오신 이야기를 읽고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제 얘기를 늘어놓고 싶었나봐요.